장마철 앞둔 여름 문턱에서

무심히 산책로를 거닐다가
때아닌 굵은 빗줄기에 잠시 소나무 아래 멈췄습니다.

빗줄기 사이 희멀건 풍경 너머

소나기 피해 허겁지겁
고무신 자락으로 돌다리 개울 함께 건너던
부스스한 긴머리 곱고 흰 종아리
옆집 소녀가 떠오릅니다.

굵은 빗망울에도 멈추지 않던
해맑은 눈망울 빙글빙글 웃음이
어느덧 굳어버린
열 겹 주름 속 제 가슴을 파고듭니다.

갈길 잊은 동공은
어느새 잃어버린 것들
아직 그대로 남아있는 곳을 찾아 맴돕니다.

장마철 앞둔 여름 문턱에서
클럽ES 촌장 이종용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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